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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역 안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밴프로 다시 이동하기까지 약 2시간 가량 시간이 남아 있어서

저녁을 먹기위해 밖으로 나갔다.




흔히 보던 직사각형의 건물이 아니라

사진에서나 봤을법한 아담한 2층짜리 건물이보였다.




세미가 가저온 책에서 찾아간곳은 겨울동안 영업을 안하는곳이라

막무가내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한곳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도 샐러드와 햄버거 두가지를 시켰는데 햄버거만 나왔다.

도무지 뭘 잘못해서 자꾸 음식이 하나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직원에게 그레이 하운드 버스 터미널의 위치를 물어봤는데

꽤나 가까이 있는듯했다.




터미널이 어딘가 했더니 재스퍼역과 같은 건물을 쓰고있었다.

그런데 재스퍼역사는 이미 불이꺼지고문도 닫혀있었다.

나는 예약해둔 표를 발권받아야 했기에 매표소를 찾아봤는데

반대편으로 돌아가보니 매표소는 없고 직원전용 사무실만 있었다.

일단 들어가봤더니 창고 비슷한곳에 나이가 지긋이 들어보이는 직원 한분이 보였다.

가방에서 미리 꺼내놓은 예약번호가 적힌 종이를 보여드리니 이게 뭐냐고 하신다.

이게 뭐냐니!?

당황해서 안되는 영어로 설명을 했더니 그래도 모른다고 하시며

뭐 이런 이상한걸 들이미냐는 표정이시다.

계속 설명해봐도 모르겠다며 에드먼튼에 가서 얘기하라고 하셨다.

일단 나와서 세미한테 설명을 하니 그래도 표는 받아야 버스는 타지 않겠냐고 해서 다시 돌아갔다.

이번엔 다른 직원 한분도 계셔서 그 분께 설명을 해봤다.

제기랄.

그 직원분도 이게 뭔지 모른단다.

톰슨같은 작은 동네에서도 바로 발권해 주던데,

이런 유명한 관광지에서 그동안 아무도 인터넷으로 표를 구입한 사람이 없단 말인가?

다행히 그 다른 직원분께서 에드먼튼에 전화를 해서 예약번호를 확인해주고

일단 버스에 타고 에드먼튼에 가서 표를 받으라고 하셨다.

버스는 스케줄보다 15분 늦은 저녁 7시 15분에 출발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달이 상현달을 조금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밝게 빛이나서

록키산맥 위에 덮인 눈이 야광처럼 빛이 났다.

달도 여태본것중에 정말 가장 하얀 순백색이였다.

밝은 달빛 덕분에 길가의 나무들, 그 뒤로 얼어붙은 호수, 그 뒤로 하늘 옾이 치솟은 산이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함이 너무나 아쉬웠다.




에드먼튼에서 재스퍼까지 기차로 7시간이나 걸린 거리를 버스로 4시간 30분만에 도착해버렸다.

에드먼튼 터미널은 대도시에 위치해서 그런지 터미널이 꽤 컸다. 무려 2층도 있다.

버스를 타기전 수화물 검사도 했는데 버스 안으로 타는 가방은 하나하나 열어서 확인을 했다.

세미 말로는 08년에 일어났던 버스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캘거리로 가는데

밤 12시 15분 출발 버스가 55분에 출발한다.

이 나라에 스케줄은 왜 필요한건지 모르겠다.




버스는 또 한참을 달려 아침 6시 55분 캘거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7up을 눌렀더니 Root Beer라는 음료수가 튀어나왔다.

이게 맥주인가 했다가 자판기에서 맥주를 팔리는 없고 마셔나 보자 했는데

마치 어릴때 썼던 향이 더러운 스프레이형 모기약을 들이키는 것같았다.

목만 대충 축이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캘거리는 수화물 검사는 물론 금속탐지기까지 이용했다.

아침 7시 45분 출발 버스는 8시 30분이 되서야 출발했다.

누군가 캐나다에서 버스를 이용해 여행 또는 교통수단으로 삼으려면

꼭 여유시간을 많이 남겨두길 바란다.




캘거리에서 출발한 버스는 밴쿠버까지 간다.

밴프에서 하루 일찍 이 버스를 타고 밴쿠버로 가면 비행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것같다.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을 뒤로 하고 록키 산맥으로 가는도중

뜬금없이 스키점프대가 길밖에 보였다.

캐나다니까이해가 될만하면서도놀라웠다.




서서히 저 멀리 지평선을 가로막고 있는 록키 산맥이 가까워저 갔다.




오전 9시 40분. 캔모어를 경유하여 10시에 밴프에 도착했다.

이곳도 기차역과 그레이 하운드 버스 터미널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안에서 밴프 지도와 관광지가 있는 판플렛에서 숙소를 확인하고 시내로 들어갔다.




밴프의 하늘엔 구름한점 없이 맑은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숙소(Mt. Royal Hotel)를 밴프의 제일 큰 도로 바로 앞에 위치한곳에 예약을 한 덕분에

찾기도 쉽고시내를 구경하기도 좋은곳이였다.

체크인은 오후 4시였지만 다행히 방이 비어있어 바로 들어가게 해줬다.

처칠에서 출발한지 3일하고 반나절이 넘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그제서야 좀 살것같았다.

씻고 짐을 정리한 뒤 스타벅스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밴프에 위치한 제일 큰 쇼핑몰이 였는데

밴쿠버 동계 올림픽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밴프의 다수를 구성하는관광객은 이미 관광지나 스키장으로떠나서 인지는 몰라도 시내가정말 조용했다.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지 햇살이 정말 눈부셨다.

이 날 기온이 영하 19°C라고 했는데 햇살때문인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영하 19°C가 맞았는지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용품만 팔던 상점.

이 밖의 대부분의 가게들은 기념품 또는 스키, 보드 관련 장비를 파는곳이였다.




저녁 6시 30분. 세미가 소개받은 형을 만나서 저녁을 먹었다.

형이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는데, 작년 10월 기온이 영하 40°C까지 내려가서

입김이 하얗게 얼어버렸다는것과 스키장얘기를 해줬다.

밴프에서 스키장까지 가는 차비에 리프트권까지 하면 100$정도 든다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스키를 좋아하는게 아니라서 가진 않았지만 약간 아쉬움이 남긴 했다.




다음날. 밖은 아직 밝지도 않은데 잠에서 깼다.

침대위에서 뒹굴뒹굴 거리다가 아침 11시 반쯤 호텔을 나섰다.

호텔 앞에있는 버스를 타고 곤돌라를 타러 갔다.

(1day pass가 5$인데 잔돈이 없어 10$지폐를 넣었더니

바로 잔돈을 주지 않고 영수증과 잔돈을 받을 수 있는 곳의 주소가 적힌 종이를 줬다)




곤돌라를 타는곳까진 10분이면 도착했다.

어제 형한테 받은 로컬 카드를 이용했는데

작년까진 로컬카드가 있으면 공짜였지만

이번년도 부터 정상가격(29$)에서 50%할인 해주는걸로 바뀌었다.




곤돌라를 타는 아랫쪽이 해발 1580m

곤돌라의 종착점은 해발 2281m

약 8분 만에 한라산보다 높은곳에 올라왔다.




전망대에서 아래로 펼처진 밴프와 그 앞의 Cascade 산이 정말 멋있었다.

이제 정말 관광지 다운 관광지에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봉우리로 걸어 올라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겨울에는 통제하는지 문이 닫혀 있었다.

정상의 기온은 영하 5°C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손가락이 아플정도로 추웠다.

처칠에서도 멀쩡했던 카메라가 여기서는 제대로 켜지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고장인줄 알았는데 안에 들어와있으면 잠시 뒤 켜지고

다시 나가서 찍고있다보면 안켜지고 반복이였다.




점심은 무려 4$나 하는 농심 컵라면.




더 구경을 하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페어먼트 호텔로 가기전 Cascade Gardens이란곳에 들렀다.

세미가 여기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며 들어가자고 했는데

밖에 쓰여있는 문구는 Banff National Administration(밴프국립공원관리사무소)이다.

반신반의 하며 안으로 들어가서 3층까지 올라가 봤는데 죄다 사무실만 있다.

나오는 길에 한 여자분이 말을 걸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냥 사무실 건물이였다.




건물 앞에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 아마 그곳이 사진찍는 장소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겨울이라 꽃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산 뒷편으로 보이던 이상한 구름.




Cascade Gardens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페어먼트 호텔로 갔다.




나 혼자 놀러왔다면 호텔같은건 구경하러 안왔을텐데

세미가 가자고해서 와봤는데 건물은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은 장관이였다.

호텔로 돌아와서 벤쿠버까지 어떻게 가야하나 이리저리 많이 찾아봤다.

그런데 돈이 꽤 많이 들것같아서 많이 고민됐다.

로컬 카드를 받으러형이 호텔 로비에 와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벤쿠버에서 하루 더 머물면 같이 놀아준다고한거에 혹해서

일단 여행사에 귀국편 비행기를 다음날로 바꿀 수 있는지 메일을 보내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호텔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Maple Leaf이란 곳에 갔다.

다행히 이번엔 같이 주문한 샐러드도 나오고 맥주도 나왔다.

맛은 맛있었다.

호텔로 돌아오자 마자 메일을 확인했는데

하루 미룬 날짜의 귀국편이 꽉 차서 일정을 미룰 수 없었다.

어쩔수 없이 나는 밴프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벤쿠버로 가서

하루 있다가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 했다.

한편으로 캘거리에서 벤쿠버까지 비행기로 한시간 반이면 가는걸

버스로 12시간을 가야한다니 끔찍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호텔을 나서 근방에 있는 렌트카 업체에서 차를 렌트했다.

이때도 형 덕분에약간의 할인을받을 수 있었다.

오늘의 일정은 레이크 루이즈와 Two Jack Lake, 캔모어를 둘러보는 것이다.




레이크 루이즈로 향하는길.

형이 경치 구경하라고 일부러 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둘러가는 작은 길로 갔다.

가는 도중 중간에 차 한대가 서있어서 우리도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그때 저 앞으로 사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가 길을 가로질러 숲속으로 들어갔다.

차 밖에 나와있는 사람이 카메라를 숲속을 향하고 있어서 우리도 유심히 둘러봤다.

저 멀리 나무 사이로 사슴이 보였다.

(사슴인지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산에 고라니들이 살긴 하지만 실제로 본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Castle Mt.이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형이 알려줬다.




고속도로가 아니여서 그런지 지나가는 차도 손에 꼽을 정도로 한적하고

풍경도 정말 멋있었다.

형을 만난게 정말 행운이였었다.




중간중간 차를 세워가며 사진을 찍었다.




기찻길과 강물이 어우러저 정말 멋있다.




그렇게 천천히 달려서 레이크 루이즈에 도착했다.

얼어 붙은 호수 넘어 산에는 빙하가 어렴풋이 보이고,

산 꼭대기에는 구름이 걸려있었다.




여름 사진을 보면 호수가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던데

겨울에는 완전히 다 얼어버려서 조금 아쉬웠다.




여기에도 있는 페어먼트 호텔에서 간단하게 빵을 먹고,

캔모어로 방향을 돌려 출발했다.




밴프에서 얼마 떨어 지지 않은곳에 있는

Two Jack Lake 라는 인공호수에 갔다.

무슨 인공호수가 그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 위로 한 가족이

눈 위에서 걸을 수 있는 설피 같은것을 신고 저 호수 끝으로 산책을 가는 모습을 보았다.

높게 치솟은 돌산과 그 아래 끝도 보이지 않는 얼어 붙은 인공호수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꿈속을 걷고 있는것마냥 몽롱하게 느껴졌다.

캔모어에서 A&W라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하게 먹고

구경할것도 없어서 다시 밴프로 돌아왔다.




밴프 캠핑장쪽에 위치한 Hoodoos라는 것인데,

침식작용으로 생긴 바위라고한다.별 감흥은 없었다.




패어먼트 호텔 아래쪽에 있는 보우 폭포에 갔는데,

여지 없이 얼어붙어서 아이들이 위에서 썰매를 타고 있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기전에

그레이 하운드 버스 터미널에서 내일자 벤쿠버행 버스표를 샀다.

혹시나 해서 가져갔던 국제학생증덕분에 132$짜리 표를 103.9$에 살 수 있었다.

여행가기전에 찾아봤을때 국제학생증을 사용하려면 유효기간안에만 사용가능하다는데

거기선 별다른 확인같은게 없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타인 카드 구매시 추가로 내야하는 gift ticket fee 18$도 내지 않아도 됐다.




safeway라는 마트에서 음료수만 2개 사왔다.

에너지음료하면 Monster와 RedBull이 유명한데 RedBull은 정말 맛이 별로였다.




저녁은 일본 레스토랑에 갔다.

많은 서양인들이 좌식으로 앉아 음식을 먹는게 이색적이였다.

나는 해물 데리야끼를 시켰는데 음식이 20~30분이나 지나서야 나와서 면이 다 말라있었다.

참 좋은 레스토랑이다. 뜨거울까봐 식혀서 가져다 주나보다.




다음날 아침 겸 점심은 형이 그동안 일했었던 뷔페에 오라고 해서 갔다.

형이 일했던 곳이라 약간 할인된 가격으로 먹을 계획이였는데,

그 형도 이곳에서 일을 그만두고 벤쿠버로 떠나는 길이라 뷔페에서 우리까지 공짜로 음식을 줬다.

하늘이 맑으면 이곳의 풍경이 정말 멋있다고 하는데, 이날도 날이 흐렸다.

식사를 끝내고 나와서 커피샵에서 잠깐 얘기를 하다가

형은 약속때문에 먼저 떠났다.

형이 운전에 가이드 역할에 이것저것 사주기까지해서 얻어 먹기만 해서 미안했다.

버스 출발 시간까지 5시간이 남아서

쇼핑몰 라운지에서 노트북으로 겨우겨우 시간을 때우고

버스 정거장으로 나섰다.

밖에는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내가 탈 버스는 세미가 탈 버스보다 한 시간 가량 빨리 출발했다.

얼마뒤 어두운 밤길을 가로지르는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세미와 작별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서 남은 자리가 몇없었다.

사람들로 가득차 버스 안의 공기는 텁텁했고,

옆 통로의 아기는 시끄럽게 울어댔다.

버스는 벤쿠버를 향해얼어붙은 도로를 무섭게 달렸다.


재스퍼에서 밴프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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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ke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