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33분. 처칠을 출발한 기차는 아침 6시 35분 Gillam역에 도착했다가 7시 20분 다시 출발했다.
아침 8시 42분. liford역에 몇 명이 내리고 탔다.
기차안이 건조해서 입술이 텄는데 피맛이 꽤나 비릿하다.
아침 9시가 넘어 아줌마가 주신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10시 55분. Pikwetenei에서 사람만 태우고 곧장 출발한다.
오후 1시 3분. 톰슨에 도착했다.
처칠에 있을때톰슨에 뭐가 있는지 찾아봤었는데 가볼만한곳도 없고,
도착했을때 눈이 꽤 내리고 있어서
역안에 있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한 뒤 택시를 타고 시내 가운데에 있는 맥도날드로 갔다. (택시 기본료 4.4$)
햄버거를 주문하는데 분명 보이는 영어 그대로를 읽었것만 도대체 알아 듣지를 못한다.
3번, 4번 얘기해도 못알아 듣자 직원이 답답한지 메뉴 이름 옆에 있는 번호를 얘기하라고 했다.
그렇게 메뉴 번호를 말하고서야 햄버거를 살 수 있었다. (8.28$, 택스포함)
톰슨에서 위니펙으로 가는 버스는 밤 10시. 9시간을 기다려야했다.
날이나 좋으면 밖에 돌아다니기라도 해볼텐데 날이 흐려 마땅치 않았다.
햄버거를 먹고 심심해서 이번 여행기간동안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을 계산해봤는데
이동시간이 6일 4시간, 대기시간이 하루가까이다.
빌어먹을. 관광하는 날보다 더 많다.
시베리아 대륙 횡단 열차 타려는 사람은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싶다.
오후 4시 45분. 맥도날드를나와 편의점으로 가려는데
길에 쌓인 눈이 많아서 캐리어가 바퀴로 굴러가는게 아니라 썰매마냥 질질끌렸다.
들고가나 끌고가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차를 타고 가던 어떤 가족이 차를 세우고 태워주겠다고했다.
차에 올라타는데 먼저 자신들을 소개하길래 나도 내 이름과 세미 이름을 말해주는데
내 이름을 듣고 어떻게 불러야하는지 몰라서 주춤하는게 느껴졌다.
오후 5시 35분. 택시(택시 기본료 4$)를 타고 그레이 하운드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오후 6시가 되야 연다고해서
다시 택시를 타고 시내안에 있는 Tim hortons으로 왔다.
밖에서 기다릴수도 있겠지만 바람도 많이 불고 눈도 내려서 처칠보다 추웠다.
(대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은 기차역도 그렇고 그레이 하운드 버스 정류장도 차편에 맞춰 열고 닫으므로 주의해야했다)
동전도 처리할겸 공익 후임이 말한 iced capp을 한잔 사마셨다.
맛은 커피맛 슬러쉬같았다.
또 마냥 앉아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지겨워서 돈은 안줘도 되니 일좀 시켜달라고 하고싶을 정도였다.
저녁 8시 30분. 밖엔 아직도 눈을 치우는 페이로더가 돌아다니고 있다.
밤 9시 30분. 택시를 타고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다. (톰슨의 택시는 중국의 택시만큼 구질구질했다)
바깥날씨는 처칠보다 훨씬 추웠다.
사진을 찍으려고 장갑을 잠깐 벗었는데도 손이 얼어버릴것 같았다.
정거장 안에는15명 정도의사람들이저마다 한자리씩 차지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매표소에 예약 번호가 적힌 종이를 건냈다.
직원 아줌마의 인상이 무섭게생긴데다, 혹시 안해주는거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별말없이 표를 주셨다.
예약했던 날짜와일정이 바뀌었기 때문에15$를 더 내야했는데,
검표하시던 운전기사 아저씨가 그냥 타도 된다고 하셨다.
거저 돈번 기분이다.
버스는 밤 10시 5분 출발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곧 잠에 들었다가 버스가 속도를 줄이길래 잠에서 깼다.
휴게소나 정류장인가 했는데 바깥에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일이가 했는데 버스 기사가 버스가 고장났다고 한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밤 11시 였다.
어쨌든 다른 버스가 오고 있다고 했는데,
행여나더 멀리 갔을때 버스가 고장났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뻔했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가로등도 없고 주변에 불빛 하나도 없는 밤길을
오로지 헤드라이트 하나만 의지해서 빠르게 달렸다. 그것도 눈길을.
버스안에 화장실이 있긴 했지만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갔다.
아침 8시 13분. 날이 밝아 오고 길가에 집이 한두채씩 보여서
핸드폰을 켜보니 안테나가 1~2개 정도 잡히기 시작했다.
아침 8시 55분. 스케줄보다 1시간 50분이나 더 걸려
위니펙 공항 바로 앞에 있는 위니펙 그레이 하운드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위니펙에도 눈이 내리고있었다.
버스 정거장 안에 있는 안내판에서 버스 노선을 찾아서
시내로 가기로 했다.
버스가 정류소 앞에 서있었는데 기사는 없어서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기사가 와서 문을 열길래 세미는 먼저 버스에 오르고
난 이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가방에 넣은뒤 버스로 향하는데
버스가 갑자기 문을 닫고 그대로 출발해 버렸다.
캐리어에 배낭까지 매고 몸은 무거운데 버스는 급출발에 가까울 정도로
갑자기 출발해버리니 당황해서 따라잡지도 못하고 버스 뒷꽁무니만 쳐다봤다.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상황에실소가 터져나왔다.
혹시나 세미가 알고 버스를 멈추게 해줄까 싶었는데 버스는 코너를 돌아 그대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고 갈까했는데 세미가 핸드폰을 꺼둬서
어디서 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였다.
하는수없이 혼자 위니펙역에 가서 기다려야 했다.
버스를 타고 갈까했는데 버스 노선표에서 도저히 역까지 가는 방법을 찾을수가 없어서
공항 앞에 있던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가 인도인인지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있었다.
Via rail station가자니까 못알아 들었다. Union station이라 했다가
Via rail station이라 했다가 계속 못알아 들으니 답답했다.
겨우 출발은 했는데 가는길에 기사가 자꾸 뭘 물어보는데 정말 하나도 알아 들을수가 없다.
계속 "sorry?"를 남발하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걸 다시 되물어봐도 이해하질 못했다.
결국 기사가 고개를 내저으며 대화하기를 포기해버렸다.
택시가 제대로 간건지 모르겠는데 택시비로 18$이나 나왔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출발까지 2시간 정도가 남았다.
책이나 읽어볼까 했는데 세미 캐리어가 무거워서 바꿔 들어 줘서 책도 없다.
버스에서 하룻밤을 지내보니 기차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됐다.
무릅이 앞 좌석에 닿는 극악의 좌석배치에 비하면 기차 좌석은 리무진이였다.
손녀의 캐리어를 가저오신게 아닌가 싶은 노부부.
시내에 있는 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맛있는 불고기를 먹고 온 세미가 11시쯤 도착했다.
11시 25분. 일반칸 탑승이 시작됐다.
객차안에 들어가보니 처칠갈때와 다르게 승객이 많았다. 가족단위의 승객도 보였다.
처칠갈때 처럼 마주보고 있는 자리에 앉았더니 4인 승객을 위해 자리를 옮겨 달라고했다.
직원이 세미 옆에 같이 앉으라고 했지만 일단은 각자 2열씩 차지하고 앉았다.
표 검사를 하면서 photo ID도 요구했다.
12시 3분. 기차가 재스퍼를 향해 출발했다.
위니펙에서 재스퍼를 갈땐 대도시를 지나가니 풍경이 심심하지 않을꺼라 생각한건 큰 오산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핸드폰이 불통이 됐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시간. 기차가 멈춰섰다.
김치군 블로그에서눈보라 때문에 기차가 운행못했단걸 봤었는데
혹시 같은 상황이라면 벤쿠버까지 연착되는게 아닌가 걱정됐다.
멈춰선지 30분이나 더 지나서 train traffic 때문이라며 안내 방송이 나왔다.
눈보라가 아니라고 맘을 놓을 수 없는게 벤쿠버까지 가는데 계속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연착은 피할 수 없을것 같았다.
오후 2시 40분이 되어서야 옆 선로로 화물열차가 지나갔다.
(난감하게 선로가 단선이라 반대편에서 기차가오면 복선 구간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다시 출발한 기차가 약 2km 정도 갔다가 또 정차했다가 3시에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3시 30분. 이번엔 traffic signal 문제라며 5분 가량 정차했다가 출발했다.
위니펙에서 벤쿠버구간의 기차에는 돔카가 있다.
록키산맥을 지나기 때문에 바깥 구경을 위해 있는것 같다.
(기관차 2량, 화물칸 1량, 코치칸 1량, 돔칸 1량, 식당칸 1량, 슬리퍼칸 4량, 돔칸 1량)
달리는 기차는 눈보라를 일으키며 달려갔다.
기찻길 옆에 늘어서있던 난쟁이 전봇대
이후에도 몇번이나 기차는 멈췄다 출발했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이 노선이 캐나다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주요 노선이여서 그런지
히터는잘나와서 약간 덥게 느껴졌다.
기차안을 서성거리다가 저녁 메뉴가 적혀있는 종이가 기차 벽 한쪽에 붙어 있는걸 봤다.
가격이 무려 20$, 25$, 28$, 30$씩 한다.
나중에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고 안내방송이 나와도 내가 탄 코치칸의 대부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둘러보니 직접 가저온 빵, 과자, 과일등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기차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를 사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슬리퍼칸 이용자들일까?
나도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려고 돔칸 아래에 있는 매점(이라기엔 정말 간소했지만)에서
구입한 콜라 한캔과 아줌마가 주신 빵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돔칸으로 올라갔다.
코치칸보다 서늘해서 덥지 않아 좋았다.
하늘에 검은 장막이 가리우고 창문넘어로 검음뿐이였지만 그래도 돔칸에선 저 멀리의 불빛이 어렴풋이 보였다.
돔칸에 앉아 있던 몇몇사람들은 이내 좌석으로 돌아갔고, 젊은 사람들은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거나
노인분들은 이른 잠에 들었다.
다음날, 드디어 지겨운 풍경을 지나 서서히 도시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케줄상으로는 아침 6시 37분에 에드먼튼 역에 도착해야 했지만 8시 10분이 넘어서도 도착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계속 연착된채로 벤쿠버까지 갈것같다.
그럼 영락없이 비행기 시간을 맞출수 없을것 같은데, 아무래도 비행기 스케줄을 하루 미뤄야 할것같다.
에드먼튼역에근처에서 또 30분쯤 가만히 서있다가
후진을 해서 오전 9시 17분에 에드먼튼역에 도착했다.
이쯤되니 설명도 안해주고 마냥 멈춰서서 기다리는게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역에 멈춰서기 무섭게 우르르 내려 역사안으로 들어갔다.
에드먼튼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시 기차로 돌아왔다.
역사안은 안들어가봐서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기차역 너머 저 멀리 에드먼튼 시내가 보였다.
에드먼튼에서는 30분 조금넘게 정차했다.
12시 30분. 재스퍼에 가까워 질수록하늘이 구름 한점 없이 청명했다.
돔카에 가보니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바깥 구경을 하고있었다.
지겹지 않게 풍경이 계속 변했다.
계속 그렇게 바깥 구경을 하고있는데, 앞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자신이 제일 좋아 하는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얼른 카메라를 키고 창문에 붙어 있으니 정말 멋있는 다리를 넘어갔다.
밑으로는 낭떨어지만큼 깊고 그 아래로 얼어붙은 강줄기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 노선을 두번이상 타는 사람도 있다는게 신기했다.
다리를 건너서저쪽 도로가에 남자 둘이 보였다.
기차가 지나가는것을 보고있다가,
그 중 한명이 갑자기 뒤를 돌아서 바지를 내려 엉덩이를 보여주는 장난을 쳤다.
그 장면을 본 돔카의 다른 몇몇 사람들 사이에 작은 웃음소리가 터졌다.
기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에 또 작은 역에 정차하는줄 알았다.
그런데 간이역은 커녕 아무런 표식도 없는 길가에서 사람을 태웠다.
표값은 기차안에서 낸다치고 도대체 기차에 어떻게 알리고 타는건지 궁금했다.
이 장면을 본 다른 사람들도 신기한듯이 바깥을 구경했다.
얼마 뒤 직원이 돔카에 올라와서
이 기차 노선(할리펙스-벤쿠버)이 세계에서 2번째로 길고, 간단한 노선의 역사(중국인이 만든것 등),
기관차의 속도, 성능. 그리고 길가에 있는 sign의 설명 등을 약 10~15분 가량해줬다.
그런데 부분부분밖에 알아 들을 수 없으니 답답했다.
그리고 이곳도 처칠갈때 처럼 기찻길 옆에 동물 발자국이 온통 나있었는데
고라니인지 사슴인지 새끼 한 마리가 깡총뛰며 숲속으로 달아나는걸 볼수있었다.
오후 3시. 나무 저 넘어로 록키산맥의 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면으로 록키산맥의 봉우리들이 구름에 덮여 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신비한 산처럼 멋있어 보였다.
높은 산맥에 가려 도저히 들어갈수 없을것만 같았던 록키 산맥 안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산맥 안으로 들어갈수록 기찻길이 굽이굽이 산맥을 따라 돌아갔다.
록키 산맥은 우리나라의 산처럼 산 정상까지 서서히 높아지는게 아니라
갑자기 우뚝 솟아서 압도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다리도 건너고 터널도 지나간다.
역에 다다랐을때 웬 동물 무리가 한가로이 눈속의 풀을 뜯고있었다. 동물원도 아닌데 길가에서 이렇게야생 동물을 보니정말 신기했다.
스케줄보다 4시간이나 연착되서 5시 정각. 드디어 재스퍼역에 도착했다.
버스와 기차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기차가 버스보다 좌석의 넓이도 그렇고 편의시설이나 화장실등 편하긴 하지만
속도도 너무 느리고 중간에 몇시간씩 멈춰서 있으면 울화통이 터저 죽을것같았다.